역사 잊었나? vs 문화일 뿐..광복 80주년 '일본'은 여전히 딜레마
2025-08-13 10:21
최근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귀멸의 칼날' 시구 추진 논란은 이러한 감정의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본 제국주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 귀걸이 문양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팬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고, 결국 시구는 취소됐다. 이는 역사적 민감성을 고려한 구단의 현명한 결정으로 평가받았지만, 동시에 "광복절 당일도 아닌데 과도한 비판"이라는 반론도 제기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국내 개봉 전부터 예매 30만 명, 매출 39억 원을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이는 대중문화 소비와 역사적 민감성 간의 괴리가 우리 사회에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이다.
경기도 동두천의 일본 테마 마을 '니지모리 스튜디오'가 광복절 기간에 일본 전통 축제 '나츠마츠리'를 강행한 것 역시 "국민 정서를 거스른다"는 비판과 "개인의 자유"라는 옹호가 맞서며 격렬한 논쟁을 낳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광복절의 의미를 강조하며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광복절 당일 '광복 축하 평화 선언문 낭독' 등 기념 행사를 병행하겠다고 밝히며, 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나행주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역사 비판과 문화 소비는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광복절 시즌에 일본 관련 행사를 한다면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기성세대에게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상황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문화·예술과 같은 비정치적 영역까지 모두 광복절과 연결 지어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청년 세대의 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확대가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 사회는 과거의 역사적 기억과 현재의 문화·경제적 교류라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논쟁은 그 과정의 일부라 할 수 있다.
기사 공수호 기자 gong-lake@newson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