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환자에게 '독'이라더니…매일 마신 커피가 '약'이었다?
2025-11-10 18:03
카페인 커피가 심장 건강에 해롭다는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의료계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심장은 규칙적인 전기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데, 이 신호 체계에 이상이 생겨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것을 '부정맥'이라 칭한다. 특히 심방이 무질서하게 떨리는 '심방세동'이나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방조동'과 같은 '심방성 부정맥'은 뇌졸중과 심부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심장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섭취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 권고였으나, 이번 연구는 그와 정반대의 가능성을 제시했다.이번 연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대(UCSF)와 호주 애들레이드대 공동 연구팀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그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리며 신뢰도를 더했다. 연구팀은 심방성 부정맥 병력이 있는 환자 200명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6개월간 추적 관찰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매일 한 잔 이상의 카페인 커피를 꾸준히 마시게 했고, 다른 그룹은 커피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카페인 음료 섭취를 완전히 금지했다. 그 결과, 매일 커피를 마신 그룹은 카페인을 끊은 그룹에 비해 심방성 부정맥이 재발할 위험이 39%나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팀은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커피 섭취와 심방성 부정맥의 연관성을 무작위 임상시험으로 검증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연구는 심장 질환자에게 카페인 섭취를 금기시해 온 오랜 의료계의 권고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 연구 하나만으로 모든 심장 질환자에게 커피 섭취를 무조건적으로 권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특정 유형의 부정맥 환자에게 커피가 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로울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설탕이 다량 함유된 음료의 섭취를 줄이는 등 전반적으로 더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이번 발견은 심장 부정맥 환자의 식이요법과 생활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우민우 기자 minwooo39@newson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