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에 이겼지만…'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2026-02-24 12:59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가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영국 법원은 2023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한국 정부에 약 1,558억 원을 배상하라고 내렸던 판정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데 있다.분쟁의 시작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국민연금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찬성표를 던져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그 배후에 한국 정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ISDS를 제기했다. 즉, 국민연금의 행위를 곧 국가의 행위로 보고 그 책임을 정부에 물은 것이다.

이번 영국 법원의 판결로 한국 정부는 국민연금의 투자 활동이 ISDS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성과이며,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유리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사건은 다시 중재판정부로 돌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의 쟁점은 '국가기관성' 여부가 아닌, 정부의 개입 행위가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엘리엇이 입은 손해와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지에 맞춰질 것이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에서 관련자들이 유죄를 받은 사실이 엘리엇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사 공수호 기자 gong-lake@newsonul.com